수분의 개념
수분(Water)은 체중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체 내에서 가장 많은 구성을 차지하는 물질이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또는 지방과 같이 에너지원이 아니며, 비타민과 무기질처럼 신경전달이나 삼투압 조절 또는 조효소로서 작용하지도 않지만 체온 유지와 물질 운반을 담당하며 영양소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영양소로 간주한다. 만약 수분의 기능이 없다면 우리 몸에서 수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나 많지 않았을 것이다.
어릴 적 비커 안에 물을 붓고 설탕이나 소금을 녹이는 실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때 물에 소금이나 설탕이 녹아있는 상태를 '용액(Solution)'이라고 하고, 녹는 물질을 '용질(Solute)', 용질을 녹여 용액을 만드는 물질을 '용매(Solvent)'라고 부른다. 생체 내에서 가장 중요한 용매인 수분의 주된 기능은 체온과 혈중 pH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수분의 항상성 작용으로 온도와 pH에 따라 그 작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효소나 호르몬과 같은 단백질 성분의 정상적인 기능이 유지된다. 이처럼 수분은 단순히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생명을 보호하고 적절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매체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세포내액과 세포외액
우리 몸의 수분은 세포 내 수분(ICF/ICW:Intracellular Fluid/Water)과 세포 외 수분(ECF/ECW:Extracellular Fluid/Water)으로 나뉘는데, 보통 세포 내 수분이 60%, 세포 외 수분이 40%이다. 세포 내외로 수분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 간의 농도를 조절하면서 물질을 이동시키기 위함이다. 신체는 이 두 가지 액체의 차이를 이용해 수분 섭취와 배뇨 작용을 조절한다. 세포내액은 세포 내 수분을 구성하는 세포질액이 대부분이며, 세포외액은 혈액(Blood)과 간질액(Interstitial Fluid)으로 구성된다. 다시 혈액을 풀면 혈액과 림프액으로 구성되는데, 혈액은 물에 녹는 물질이 이동하는 혈관이며, 림프액은 물에 녹지 않는 물질이 이동하는 관이다.
세포외액에는 주로 소금(NaCL)을 위주로 전해질이 0.9% 포함되어 있으며, 전해질은 칼슘과 인 등이 더 많지만 이들 대부분은 뼈에 위치하기 때문에 혈액 중에는 소금(NaCL)이 가장 많고, 세포내액에는 반대로 칼륨과 인이 가장 많다.
인체는 체수분을 조절하기 위해 세포내액과 세포외액 사이에 전해질의 농도 차이를 이용한다. 세포내액은 잘 변하지 않아 기준이 되고, 세포외액은 음식 섭취나 외부 환경에 의해 자주 변하므로 그 차이를 이용한다. 혈액의 전해질 비율이 세포내액보다 높으면 갈증을 느껴 수분을 섭취하게 하고 혈액을 희석시켜 세포내액과 농도를 맞춘다.
만약 장염에 걸려 탈수가 일어나면 보통 세포 외 수분에서 빠져나가며, 반대로 물을 많이 마셔 과수화(Hyperhydration)가 일어나도 일시적으로 세포 외 수분으로 보유한다. 세포 외 수분에 녹아있는 전해질의 농도 중 소금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물속의 소금 농도가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따라서 짠 음식을 먹어도 체내 소금 농도가 높아지면 갈증을 느끼고 물을 마셔 일시적으로 전해질 농도를 맞추는 것이다.
수분과 전해질 균형
인체 내에서 가장 많은 세포 수를 가진 적혈구는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데, 혈액의 일정한 삼투압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적혈구에서 수분이 빠져나오거나 빨려 들어가는 등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적혈구는 쪼그라들거나 터져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인체 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몸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혈액 속 물과 전해질의 농도를 철저하게 조절한다.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일상생활에서 모든 조직의 기능을 유지함에 있어 중요하다. 혈액에서 나트륨 농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소변으로 수분을 내보내는 방법은 혈중 전해질 농도를 맞추기 위한 우리 몸의 항상성 기전이다. 이러한 몸의 조절 기전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물을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다.
소변을 통해 하루 배설되는 물의 양은 성인 1,000~1,500ml이며, 그 외에도 호흡 250~300ml, 대변을 통해 100~200ml가 배출된다. 반대로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물의 양은 하루 600~700ml 정도이다. 음식을 소화할 때도 대사 과정에서 물이 나오는데 그 양이 약 300~400ml로 물을 추가적으로 마시지 않고 체내로 들어오는 물의 양은 900~1,300ml, 체외로 배출되는 물은 1,800~2800ml 정도이다. 따라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물을 900~1,700ml를 마셔야 하며 어떠한 수단으로 물을 섭취하더라도 그 양만 충족시키면 된다.
권장 수분 섭취량
우리나라에서 수분 섭취가 강조되는 이유는 염분 섭취량이 많기 때문인데, 식염 섭취가 많을수록 혈액 전해질 농도가 올라가면서 몸이 자연스럽게 수분 섭취를 요구하기 때문에 물을 의도적으로 마실 필요는 없다. 갈증을 느끼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갈증을 느낄 때 수분을 적절히 섭취하는 사람은 섭취량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
2012년, 정부는 4,800mg에 이르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시작했고, 현재 우리나라의 나트륨 섭취량은 약 3,400mg 정도로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감소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인 2,000mg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 세계적인 나트륨 섭취량 추세는 개인의 활동과 땀 분비량 등을 고려한다. 주의해야 할 취약 계층은 체내 수분 보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로서 노인이나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경우 갈증을 느낄 때 외에도 1일 500~1,000ml 정도의 수분을 추가로 섭취할 필요가 있다. 반면, 운동하는 사람의 경우 땀으로 인한 체액과 나트륨의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나트륨 섭취량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결국 세계보건기구의 권장섭취량보다 나트륨 섭취가 많다면, 땀을 흘리는 운동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양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기능식품공전과 기능성 원료의 규격 및 기준 (0) | 2023.05.18 |
---|---|
신체의 에너지원인 지방의 정의 및 기능 (0) | 2023.05.11 |
비타민의 정의와 기능 (0) | 2023.05.08 |
영양과 항상성 (0) | 2023.05.07 |
영양학의 필요성, 왜 영양학이 필요할까? (0) | 2023.05.07 |
댓글